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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살아야 한다 – 스위스의 ‘소리 규제법’

by 알쓸팁잡 2025. 4. 21.

스위스에 처음 이사 온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화 충격 중 하나는 ‘조용히 살아야 하는 룰’이다. 

오늘은 조용히 살아야 한다, 스위스의 '소리 규제법'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조용히 살아야 한다 – 스위스의 ‘소리 규제법’
조용히 살아야 한다 – 스위스의 ‘소리 규제법’

 

 

밤 10시 이후엔 조심하세요. 화장실도, 청소기도 금지?!

이 나라는 법보다 무서운 관습과 지역 규정으로 구성된 ‘소리 규제 문화’가 뿌리 깊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밤 10시 이후엔 화장실 물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 법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아파트와 공동주택에서는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변기 물을 내리는 것도 소음으로 간주한다. 물론 급한 경우엔 쓸 수 있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이웃이 항의하거나 심할 경우 신고까지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밤 시간에는 진공청소기 사용 금지, 세탁기 작동 금지, 소리 큰 TV 시청 자제도 지켜야 할 기본 예절이다. 특히 아파트에 세탁실이 공동으로 있는 경우, 밤에 세탁기를 돌리면 실제로 관리인이 제재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조치는 법률과 주민 규정, 그리고 이웃 간의 무언의 협약으로 이어진다. 스위스 사람들에게 소음은 사생활 침해이자,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요일엔 빨래도 안 된다 – ‘조용한 날’ 문화

스위스에서는 일요일이 특별한 날이다.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법적으로 정해진 ‘루에타크, 조용한 날’이다. 이 날은 노동이나 시끄러운 활동을 피해야 하며, 사회 전체가 ‘조용한 삶을 즐기기 위한 날’로 기능한다. 따라서 일요일엔 다음과 같은 행위가 자제되거나 금지된다: 세탁기 사용 금지 (공동세탁실은 잠겨 있는 경우도 많음) 진공청소기 사용 자제 정원에서 풀 깎기 금지 망치질, 공사, DIY 작업 금지 큰 소리의 음악 청취, 파티 금지 이러한 규제는 연방 단위의 법률보다는 주나 시의 조례와 아파트 단지의 자체 규칙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일요일은 ‘조용한 날’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매우 강하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이웃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휴식권을 보장받는다고 믿는다. 이런 철저한 소리 규제 덕분에 스위스의 주거 지역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배려는 법보다 강하다 – 조용함을 지키는 나라의 철학

스위스의 소리 규제는 단순히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개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존중,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평화를 지키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조차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에는 ‘아이들이 저녁 시간대에 소리 지르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곳도 있고, 반려동물의 짖음에 대해서도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리도 권리다’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그래서 이들은 조용히 문을 닫고, 계단을 조용히 오르내리며, 밤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심지어 누군가 밤에 큰 소리를 내면 주민 회의에서 정중하게 경고를 받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지나친 간섭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상 사회 전체가 서로를 배려하는 정교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덕분에 스위스는 ‘조용한 낙원’이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주거환경과 낮은 소음 스트레스를 자랑한다. 물론 이런 규칙을 처음 겪는 외국인에겐 불편함도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거주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고요함이 주는 안정감을 알게 되고, 나아가 자신도 이 문화의 일부가 되어간다.

 

 

 

스위스의 ‘소리 규제법’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서, 개인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를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다. 밤 10시 이후 화장실 물을 조심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이들은 단순히 법을 따르는 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유’를 강조하지만, 때론 고요함을 선택하는 것도 자유가 될 수 있다. 스위스식 ‘조용한 삶’에서, 당신은 진짜 쉼이 무엇인지 깨달을지도 모른다.